2015.10.01. 18:43
지난 포스트에도 썼는지 모르겠지만 인도 여행은 2000년 정도에 군대에 있던 친구와 잠시 계획했었다.
물론 제대 후에는 인도 여행 따위를 얘기했는지 조차 기억 하지 못할 만큼 삶의 현장에 있었으므로. 그냥 덮어두었다.
암튼 이래 저래 작년 겨울에 회사 관두고 인도 45일을 여행했다.
누구 말처럼 인도가 좋다 좋다 이런 얘기들은 다녀오고 나서 좋은 기억이 남아서 그럴거다. 또한 기억이란게 시간이 지나면 어느정도 윤색되기 마련이니까...좋은 것만 기억한다능.
그래서 난 인도 여행하는 동안 좋았냐? 그건 아니다.
45일 내내 절도와 사기 그리고 강도 라는 범죄를 당하지 않기 위해 불안에 떨면서 긴장해야 했다.
다들 얘기하는 지저분 한거는 빠간 도착한지 몇시간 되지 않아서 적응 했다. 이 부분은 뭐 나도 깔끔 떠는 성격은 아니므로..
항상 배낭과 데이백은 자물쇠가 채워 졌는지, 주머니 속 아이폰은 잘 있나 확인 하면서, 혹시 무언가를 두고 온 게 없나 불안해 하며 자리를 뜨기 일수 였고 거래를 할 때면 상대방이 바가지를 씌우는게 아닐까 하며 의심했었다.
그래 의심....이런 태도를 가지고 45일을 여행 했던 것 같다. 물론 여행 마지막에 가서는 어느 정도 무심해지긴 했지만 100% 편안했다고는 말 못하겠다.
평소에 잃어 버리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한번이라도 더 확인 하자는 성격이라...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라나시 게스트하우스에 바지와 티셔츠를 두고 왔다능...ㄷㄷㄷ
인도여행의 끝이 다가올 수록 아니 도착한 첫 날 부터 다음 행선지인 태국 방콕에 가고 싶었다.
어떻게 45일 일정을 인도에서 보내나 이런 한 숨만 나왔다. 그래서 마지막 날 꼴까타 공항에서 방콕 편 비행기를 기다리는 데 인도 여행에 대한 아쉬움 보다는 불안 에서 해방 그리고 방콕에 대한 상상 그리고 무사히 인도여행을 마쳤다는 보람 때문에 무지 기분이 좋았다.
인도 여행하는 동안 이런 불안함과 의심 때문에 스스로에게 계속 물었다. 이게 여행인가? 왜 사람들을 의심해야 하지..이렇게 해야하나.. 이게 여행을 잘 하고 있는건가? ...뭐 이런 생각들. 근데 이것도 끝에 가서는 어느 정도 나의 여행 스타일이 만들어지면서 사라져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 여행을 찬미 또는 그리워 하는 것은 이런 불안 요소들 속에 보석같은 순간 들이 있기 때문 일 거다.
내게는 그런 순간이 바라나시에서 찾아왔다.
며칠 째 비가 내려서 바닥은 온통 진흙에 소똥이 엉킨 상태였다. 화장을 하는 메인 가트 뒤편을 지나 블루라씨 다녀오다가 골목에서 화장에 쓰는 불쏘시개(억새나 지푸라기로 추정)를 수레에 싣고 가는 노인이 있었다. 길 바닥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서 그런지 노인의 수레 바퀴가 돌부리 같은 것에 걸려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무심히 지나가고...
그 때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수레를 밀었다. 그리고 노인은 다시 그것을 끌고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현지인 한 명이 nice guy 라고 하더라. 바로 그 순간 이었다. 기분이 좋고 인도에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던 보석같은 순간.
아마 인도를 그리워 하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이런 순간 하나 쯤은 있을거다. 그래서 인도 인도 인도 하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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