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매닉스의 관한 얘기를 찾는다는게 어려운 현실이라서...ㅠㅠ
오이뮤직에 난 매닉스 라이브 리뷰 기사를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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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ic Street Preachers
One of the most politicized bands on Earth.... Manics return
영국에서는 애칭인 매닉스(Manics)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를 규정하는 말들은 매우 단호하다. ‘타협을 모르는 밴드’,
‘좌파 정신의 수호자’ 등등. 하지만 그들도 주류와의 타협을 피하지는
못했다. 자본주의의 해악을 비난하면서도 거대 자본의 다국적 음반회사에
소속되어 있다는 점, 변절 혹은 순응이라는 비난까지 받았던 전작
[This Is My Truth Tell Me Yours] 등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이 그들의
흠이기도 하다. 그런 까닭에 같은 극렬 좌파 밴드인 춤바왐바(Chumbawamba)
에게 비난을 듣기도 했고-이들은 매닉스의 사실상의 리더, 니키 와이어
(Nicky Wire)가 비행기 사고로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매닉스 자신도 이번 앨범 [Know Your Enemy]의 히든 트랙으로
‘We Are All Bourgeois Now'라는 자조적인 노래를 리메이크해서 실어놓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타협‘과 ‘정치성‘이라는 그들의 특징은
쉽게 희석되지 않고 있다. 음악 산업 시스템 하에서 앨범을 내려면
어느 정도의 타협이 필요하고 웨일즈 출신에 급진 좌파라는 소수파의
요소만 갖춘 그들에게 주류 시스템으로의 편입은 영리한 전략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들의 ‘타협’에 대한 죄를 좀 더 감해 준 것은 새 앨범
[Know Your Enemy]였다. 이 음반은 전작들 가운데 ‘비타협’과 ‘정치성‘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 앨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함께 앨범 발매 전후에
이루어진 매닉스의 일련의 투어는 음악 산업 시스템 하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거두지 않는 ‘거물급‘ 비주류로서의 모습을 확인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2월부터 진행된 이번 투어는 매닉스답게 쿠바에서 시작되었다.
‘쿠바의 칼 마르크스 극장에서 공연한 최초의 서구 록 밴드’라는 사실로
화제가 됐지만 ‘쿠바는 미국에 대항하는 위대한 국가’라고 공공연히 밝혀
왔던 것을 보면 놀라울 일도 아니었다. 투어는 카디프에서의 ‘Low Key Gig’
으로 이어졌고 앨범 발매 일주일 후 영국 투어를 단행하면서 정점에 이르렀다.
영국 투어라고 하지만 이번 공연은 맨체스터, 글래스고, 그리고 런던
세 도시에서만 진행되었다. 공연장도 아레나급이 아니어서 ’99년 12월
마지막 날 가졌던 카디프에서의 ‘Millenium Gig’의 어마어마했던 규모를
생각해 보면 의외라고 할 수 있었다. 투어의 이런 모습은 한편으로는 그들의
소수파로의 복귀를 암시하고 있는 듯도 했다.
정치성 짙은 밴드답게 쿠바에서 투어 시작
영국 투어의 첫날인 3월 27일, 공연장인 맨체스터 아폴로 시어터
(Apollo Theater)는 남녀노소, 인종을 불문한 매닉스의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객석의 앞줄을 메웠던 상당수의 여성 팬들은 니키 와이어의 상징인
깃털 목도리(Feather Boa)를 두르고 서 있었고, 전위적인 화장을 한
펑크족들과 게이/레즈비언 커플도 종종 눈에 띄었다. 건즈 앤 로지스와
프라이멀 스크림, 섹스 피스톨스 등 매닉스다운 선곡의 배경음악이 지나간 후
9시 반이 되자 어두워진 장내는 더욱 소란스러워졌고 푸른 조명이 비추는
무대 위에 드러머 션 무어(Sean Moore), 기타리스트 겸 보컬리스트인
제임스 딘 브래드필드(James Dean Bradfield), 그리고 베이시스트
니키 와이어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록 밴드의 프런트맨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넉넉한 체격에 꾸미지 않은 외모로
무대에 선 제임스는 맨체스터 팬들에게 간단한 인사를 한 후 [Know Your Enemy
앨범에서 ‘So Why So Sad'와 함께 더블 싱글로 커트되었던 ‘Found That Soul'
로 공연을 개시했다. 초기 사운드로 회귀했다는 평가를 받은 하드 록 넘버인
이 곡에서 무대의 첫머리답게 매닉스는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연주를
들려주었다.
제임스가 프런트맨답지 않게 소박했다면 베이시스트이자 리더인 니키 와이어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키 크고 약간은 여윈 체격의 니키 와이어는 지금껏
그래왔듯이 어김없이 치마를 입고 나왔다.
동성 연애자가아님에도 불구하고(더욱이 그는 기혼이다) 그는 무릎 위로
올라오는 원피스에 눈에는 푸른 색 아이섀도까지 곱게 바르고 마이크
스탠드에는 예의 깃털 목도리를 칭칭 감고 나왔는데 그런 모습이 놀랍게도
상당히 잘 어울렸다. 매체를 통해서 봤을 때와 달리 매우 여성적이었으며
어지간한 영국 여자들보다 더 예쁜 용모를 갖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가
무대 위에서 다소곳했던 건 아니었다. 무대 위를 더 열심히 휘젓고 다닌 건
제임스가 아닌 니키였다.
시원스런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초기 명곡 ‘Motorcycle Emptiness', ‘쓰레기
같은 팝 밴드들을 차트에서 몰아내자’며 밀레니엄 긱 직후 발표해 영국 싱글
차트 정상을 밟은 펑크 록 트랙 ‘Masses Against The Classes’,
[Know Your Enemy] 앨범의 첫 싱글이었던 비치 보이스 풍의 ‘심각한‘
팝 넘버 ‘So Why So Sad', 자살한 퓰리처상 수상 사진 기자를 소재로 한
‘Kevin Carter' 등 매닉스 팬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그리고 대중적으로도
사랑을 받았던 트랙들을 쉴새 없이 이어간 매닉스는 [Know Your Enemy]
가운데 다음 싱글로 유력시되는 ‘Ocean Spray'를 연주하며 흥분된 분위기를
잠시 가라앉혔다. 얼마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제임스의 모친을 향한 일종의
사모곡인 이 노래는 원래 어쿠스틱 풍이었지만 공연에서는 일렉트릭 기타로만
연주되었고 원곡에 비해 묵직해진 연주 속에서도 제임스의 맑고 톤이 높은
목소리는 공연장의 탁한 공기를 날카롭게 가로질렀다.
공연 내내 매닉스의 연주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제임스의 보컬이었다.
앨범을 통해서도 호소력 넘치는 가창을 들려주는 그이지만, 공연에서의 그의
목소리는 투명할 정도로 맑고 곱게 느껴지는 미성이었다. 풍부함이 약간
떨어지는 흠이 있긴 하지만, 독특한 감수성까지 가미되어 매우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심지어 록이 아닌 다른 장르에도 잘 어울릴 것 같은 청아한
목소리였다. 그의 미성은 혼자 무대에 올라 언플러그드로 연주한
‘Baby Elian'과 ‘This Is Yesterday'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특히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고 소개한 ‘This Is Yesterday'에서는
관객들과 호흡을 맞춰 정감어린 무대를 연출해 냈다.
그렇다고 그가 빼어난 보컬리스트로서의 능력만을 발휘한 것은 아니었다.
스트레이트하고 강렬한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초기 히트곡들인
‘Motown Junk'와 'You Love Us'에서 제임스는 이제는 혼자가 된
리드 기타리스트로서 매닉스 초기의 거침없었던 연주를 완벽하게 재현해 냈다.
‘Motown Junk'에서는 곡의 앞머리에 건즈 앤 로지스의
‘Sweet Child O'Mine'의 인트로를 연주하는 애교도 잊지 않았다.
독특한 감수성 가미된 제임스의 보컬
제임스가 그룹의 사운드를 책임졌다면 메시지와 퍼포먼스를 전담한 건 니키
와이어였다. 매닉스의 거의 모든 노래들을 작사하면서 해박한 지식과 논리를
과시(?)한 바 있는 니키 와이어는 무대 위에서도 상당히 나르시스틱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신보에 수록된 적나라한 제목의 트랙
‘Freedom Of Speech Won't Feed My Children'을 연주하기 전 그는
‘요즘 저널리스트들 가운데 내 노랫말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왈가왈부하는 인간들이 있는데 그건 내가 너희 저널리스트들보다 더 지적이기
때문이야’라고 비아냥거렸는가 하면, 매닉스가 최초로 시도한 디스코
넘버이자 천민 자본주의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는 이비자(Ibiza)-
댄스 클럽들로 유명한 관광도시-의 향락 댄스 문화를 비난한
‘Miss Europa Disco Dancer‘를 부르기 전에는 ‘여러분 이 노래 가사
잘 아시죠? Braindead Motherfuckers'라고 후렴구를 강조하면서 소개하는 등
밴드의 입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심지어 유일하게 자신이 보컬을 맡았던
‘Watsville Blues'를 무대 위에서 부르기까지 했는데 보컬은 좀 말리고
싶기까지 했다.
매닉스의 이번무대에서는 최근 이들의 공연에서 좀처럼 듣기 힘들었던
두 곡의 탁월한 트랙들을 들을 수 있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었다. 2집인
‘Gold Against The Soul’에 수록된 ‘La Tristesse Durera'와 4집
‘Everything Must Go'에 수록된 ‘No Surface All Feeling'이 그들인데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두 곡 모두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슴 속
깊이 파고드는 정서적 울림을 가진 명곡들이다. 더욱이 반 고흐가 자살하기
직전 남긴 마지막 말이라는 ‘La Tristesse Durera'-슬픔은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는 필자의 개인적인 애창곡이기도 해서 듣고 따라부르는 기쁨이 더 컸다.
매닉스의 무대를 마지막으로 장식한 곡은 ‘Design For Life'. 아깝게 영국
싱글 차트 정상을 밟지는 못했지만 영국 사람들이 매닉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대표곡으로 마이너리티의 찬가이기도 하다. 절망이라는 처절한
감정을 가장 서사적으로 표현한 곡들 가운데 하나라고 할 만한 이 곡을
관객들과 함께 부르면서 매닉스는 2001년 맨체스터에서의 첫 무대를 마감했다.
매닉스의 무대는 공연이 연주와 퍼포먼스만으로 관객들을 흥분시키는 장이
아님을 보여 주었다. 물론 매닉스의 연주는 나무랄 데 없었다. 영국 내에서
선두를 다툴 정도로 공연을 잘하는 밴드로 꼽힐 정도니 이들의 연주 실력은
공인된 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매닉스 최고의 미덕은 탁월한 연주 실력
위에 그보다 더 치열한 자신들의 사상과 이념을 듣고 보는 이들에게
호소한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행방불명된 멤버
리치 에드워즈(Richy Edwards)를 언급하며 리치가 있었을 때 매닉스는 더
올곧았다고 말하곤 한다.
물론 매닉스가 타협을 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변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생명인 이념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뮤지션들이 매닉스처럼 사고할 수도 없고 정치적 이념을 가질 수도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획일화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파시즘의 독이니까.
그래도 생각없는 가수들, 그리고 거기에 맞춰진 생각없는 팬들이 어느
나라에서나 상당수 존재한다는 건 썩 개운치 않은 일이다. 최소한
‘Braindead Motherfuckers'는 되지 말아야 하지 않는가.
글.김진아(영국 통신원) / 취재 협조(소니뮤직)
nobody loved you 라이브 버젼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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