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닉스와 데뷔 시절부터 가까이 지내면서 그들을 필름에 담아 온 미치씨에게 UK ROCK DJ의 카토 나오키가 매닉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들어보는 <Lifeblood>릴리즈 기획 제 2탄.
나오키:
처음 뵙겠습니다, British Pavilion에서 UK ROCK DJ를 하고 있는 카토 나오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전 2년 쯤 전에 매닉스를 알게되어 빠지게 됐는데요, 매닉스 초보자 입장에서 여러 가지 질문 드리고 싶은게 있습니다. 우선, 미치씨와 매닉스의 첫 만남은?
미치:
'91년 12월, 런던 시내의 한 대학에서 있었던 라이브입니다. 국내 밴드의 사진 촬영차 런던에 갔다가 운좋게도 매닉스를 보게된 거죠. 그때는 아직 영어를 잘 몰라서 시간을 잘못 맞추는 바람에 공연장에 들어갔을 때는 마지막 두세곡이 남았을 때였죠. 트레이시 로즈와 노래하고 있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솔직히, 그땐 상당히 취해 있어서 잘 기억나지 않는군요(웃음).
나오키:
그때 사진도 찍으셨나요?
미치:
찍었죠. 다섯장 정도였나, 스피커 위에 올라가서 찍으려니 안전요원이 화를 내더군요.
나오키:
그 때의 인상은?
미치:
서투른 밴드였죠(웃음).
나오키:
그랬군요.
미치:
하지만 뭔가 빛나는게 있었달까...? 그랬죠.
나오키:
직접 공연을 보기 전에 그들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으셨나요?
미치:
있었죠. 인디 레이블인 헤븐리에서 발매된게 있었으니까.
나오키:
언제 처음으로 대면하셨나요? 사진을 찍게 된 계기는?
미치:
'92년에 나온 1집이 일본에서도 발매가 확정돼서 국내 프로모션용 사진을 찍으러 런던에 갔어요. 스튜디오를 빌려서 촬영을 했는데요, 그것이 밴드와의 첫 대면입니다.
나오키:
라이브와의 이미지 차이는 있었나요? 실제로 만나 보셨을 때...
미치: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게 촬영 전 스튜디오에서 세팅을 하고 있을 때... 니키와 리치가 들어 왔어요. 무척 글램틱하게 깃털 옷 같은걸 걸치고는 리치가 제 옆에 앉아서 아이라인을 그리고 있었는데 그때 카리스마를 강하게 느꼈죠.
이 촬영에 대해 나중에 션이랑 리치가 말하길, '이전에도 이후에도 여섯 시간이나 포토 세션을 한 것은 그 때 뿐'이라더군요.
나오키:
시간을 들여 촬영해야 한다는게 미치씨의 입장이었나요?
미치:
아뇨, 일본 밴드라면 촬영에 반나절 걸리는건 보통이지만 매닉스는 원래 사진 촬영을 굉장히 싫어해요. 그런데 그런 그들의 성격을 생각할 때 놀라운건... 그때 리치가 기타를 들고 점프하는 촬영에서 모두 다른 스타일로 총 서른 여섯장 분의 점프를 해줬다는거에요.
따뜻한 마음씨가 느껴지네요.
미치:
꽤 좋은 촬영이었습니다. 굉장한 바이브레이션이 느껴졌죠.
나오키:
그리고 곧바로 친분이 시작되었습니까?
미치:
아뇨, 그것을 일본 내 앨범 프로모션용으로 찍은 뒤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후 영국반 1집의 1000장 한정 더블 픽처 디스크에 제 사진을 사용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어요.
4월 쯤 매닉스는 2집 앨범 레코딩에 들어갔는데, 당시 마침 대영박물관에서 <일본 특별전>을 개최해서 일본의 우키요에, 사진, 회화 등을 소개하고 있었어요. 리치는 그 행사의 도록까지 갖고 있었죠. 그가 흥미를 보인 것은 호소에 에이코(細江英公)씨가 촬영한 <카마이타치(鎌鼬)>라는 작품이었는데, 그 사진을 2집의 앨범 커버에 사용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제가 호소에씨는 워낙 거장이라 힘들꺼라고 했더니, 리치가 "그러면 미치씨가 이런 식으로 찍어 주지 않겠어요?" 하는거 아니겠어요?
나오키:
그랬군요.
그러니까, 2집 앨범의 사진 촬영을 제게 맡긴거죠. 히드로 공항에 내린 저를 투어 매니저가 곧바로 스튜디오로 데리고 갔는데, 거기가 바로 <Hookend Manor>라는, 핑크 플로이드의 데이빗 길모어가 만든 유명한 스튜디오입니다. 중국풍, 서양풍, 인도풍의 방들이 있는 재미있는 구조였죠. 멤버에게 각방이 할당됐는데, 리치의 방이 제 방 근처였어요. 하얀 보헤미안 피아노가 놓여져 있는 매우 넓은 방이었죠. 밤이 되면 언제나 2집 앨범의 쟈켓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그때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03년 발매된 <Lipstick Traces : A Secret History of Manic Street Preachers>의, 그 표범 가죽 이미지였죠.
나오키:
그게 벌써 그때 나온 아이디어였군요.
미치:
저는 그 아이디어가 별로 맘에 들지 않았지만, 어쨌든 가득 사진을 찍었죠. 영어는 거의 하지 못했지만, 매닉스에 대한 제 열정은 그들에게 전부 전해졌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제가 니키에게 "숲의 요정에게 키스하듯이 이 나무에게 키스해주지 않을래요?"라고 하면, 그가 제 구상에 부합하는 키스하는 포즈를 취했죠.
그렇게 모두의 아이디어를 모아가며 순조롭게 촬영은 마쳤지만, 좀처럼 커버 사진은 정하지 못했어요. 표범무늬 옷을 입고 몇 장인가 찍었지만 별로였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일본에서 비디오로 녹화해 온 <笑点(쇼텐:일본TV에서 정월에 방영하는 오락프로그램의 하나)>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거에요.
'매닉스의 커버는 二人羽織(니닝바오리:한 사람이 걸친 옷을 뒤에서 다른 한 사람이 옷 속으로 몸을 끼워 소매를 넣어서 더듬어 가면서 음식을 먹이는 묘기)다!'(웃음)
곧 헤어 담당자에게 연락하고, 검은 옷감을 사와 그걸 벽에 늘어뜨리거나 얼굴에 빙빙 감거나 하면서, 다다미 6조 정도의 좁은 방에서 촬영을 했어요. 처음에 리치가 말한 <카마이타치>의 검은 가면을 쓴 채 흰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이미지와 <쇼텐>의 이미지가 겹쳤다고나 할까요?
나오키:
즉 리치와 미치씨의 합작이라는 말이군요.
리치 : "장미를 먹는다"
미치:
그렇게 되나요? 그래도 아직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꽃집에서 장미를 사가지고 와서 입에 물려보기도 했는데 여전히 어딘지 부족했죠... 최종적으로 프린트 작업을 할 때 사포로 스크래치를 넣었어요.
그 뒤, 첫 일본 방문 투어가 있었죠. 그 때 [Motocycle Emptiness]의 비디오를 제가 찍었구요. 파칭코가게를 전세내거나 한밤중에 불법으로 컨버터블을 몰며 촬영을 하는 등 여러가지를 함께 벌이면서 훨씬 사이가 좋아져 버렸죠.
그리고 저는 그대로 영국 투어까지 따라가 버렸어요. 당시의 매닉스는 아직 영국에서도 그렇게 인기 밴드가 아니어서 6인승의 밴으로 이동하던 시절이었죠. 3집 <Holy Bible> 투어에도 무리하게 동참했구요. 당시 케미컬 브라더스의 전신인 더스트 브라더스와 함께 투어를 돌았는데, 기재를 함께 쌓기도 했어요.
매닉스는 여러 밴드의 오프닝을 섰죠. 영국은 기본적으로 런던에 음악 오피스가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런던에 있으면 곧바로 여러 관계자와 사이 좋게 될 수 있지요. 저도 매닉스를 통해서 점차 아는 사람들이 늘어났어요(미치는 매닉스와의 인연을 계기로 영국에 진출한 뒤, 오아시스, 프라이멀 스크림, 프란츠 페르디난드 등과 작업하는 세계적 락 포토그래퍼가 됨).
나오키:
추억에 남아 있는 공연은?
미치: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Hull이라는 항구도시였는데요, 거기서 매닉스의 투어가 처음으로 취소됐어요. 예전 매니저(필립 홀)의 사망으로 캔슬된 때를 제외하면 외적 요인으로 취소된 최초의 공연이었죠. '96년 <Everything Must Go>투어 중이었는데, 벼락이 떨어져 마을 발전소가 망가져 정전으로 온 마을이 깜깜하게 된거에요. 그래서 라이브는 물론 중지됐죠. 계획대로라면 라이브를 하고 있어야 할 아홉시경에 마을의 펍에서 죽치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나오키:
고된 투어의 나날 중 잠깐의 휴식 같은 거로군요?
미치:
그렇죠. Hull은 니키와 리치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아무래도 필립 라르킨인 듯)이 태어난 마을이라고 하더군요. 언제나 이 바다를 상상하면서 가사를 써왔다면서... Hull은 조금 슬프지만, 멋진 마을이었죠.
나오키:
밴드의 음악적 변화라면?
미치:
<Holy Bible>은 레코딩에 입회하지 못해서 후일 투어 중에 스튜디오를 보러 갔어요. 카디프의 역으로부터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다다미 6조 크기의 좁은 스튜디오였는데, '이렇게 작은 스튜디오에서 잘도 녹음할 수 있었군'하는 생각이 들었죠.
<Holy Bible>은 리치의 솔로 앨범 같다고 생각해요. 투어 중에도 그랬었지만, 리치의 바이브레이션이 강하게 느껴졌지요. 리치 없이는 <Holy Bible>은 절대로 만들 수 없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Holy Bible>도 발매 당초에는 혹평을 얻었죠. 지금은 'NME 베스트 Rock 앨범 100'에 반드시 선정되지만요. 이상한 일이죠? 지금 들어도 굉장한 앨범입니다!
나오키:
미치씨가 생각하는 베스트 앨범은?
미치:
먼저, 매닉스의 '부활'이라는 의미에서 <Everything Must Go>입니다. 리치 실종 후이지만 그의 파워가 굉장히 느껴져요. 그 다음 앨범 <This Is My Truth Tell Me Yours>의 [Tsunami]도 좋구요. 앨범 버전보다는 최초의 데모를 더 좋아해요(제임스도 언젠가 [Tsunami]에 대한 아쉬움을 언급한 적이 있다. 원래는 훨씬 스피디한 곡이었는데, 앨범 분위기에 맞춰 느리게 바꾸지만 않았더라면 훨씬 멋진 곡이 될 수 있었을 거라는...). 라이브 버전이 좀 더 좋구요. 음... <Holy Bible>도 좋은데... 선택할 수 없군요!
나오키:
노래로는?
미치:
<Everything Must Go>의 [A Design For Life]. 명곡 중의 명곡이라고 생각해요. 인생의 베스트 100에 들죠. 곡도 정말 좋아하고, 가사도 너무 좋아요. 영어를 잘 모르는 일본인임에도 와닿는 부분이 있고, 그 임펙트에 압도됩니다. 그리고 신보(<Lifeblood>)의 곡은 모두 좋아요. 이전 앨범(Know Your Enemy>)은 단어 하나하나가 어려웠어요.
나오키:
<Know Your Enemy>는 곡의 바리에이션이 넓지요.
미치:
<Know Your Enemy>는 실패했어요. 투어는 굉장했지만... 그래서 이번 앨범은 꽤 수정을 한 것 같아요.
나오키:
이번 앨범 <Lifeblood>의 솔직한 감상은?
미치:
정말 좋아합니다! 시적이면서... 타이틀이 우선 좋구요. 가사의 강한 임펙트와 멜로디 라인의 유려함이 뛰어나죠. 마치 浪花節(나니와부시:일본의 전통 민요의 하나)를 듣는 듯한... 최고에요(웃음).
나오키:
전하려는 메세지는?
미치:
옛날과 비교하자면, 이해하기가 좀 쉬워진 것 같아요.
나오키:
저도 초심자의 관점으로 리뷰를 썼습니다만, 매닉스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메세지가 있다면?
미치:
근래 음악 장르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장르에 구애되지 않고 '좋은 것은 좋다!'는 자세로 들었으면 합니다. 또 젊은이들에게는, 그것이 권리이기도 하구요. 책에서 읽거나 타인에게 들은 정보가 아니라 자신의 귀로 직접 듣고 판단한 훌륭한 소리와의 만남을 바랍니다.
매닉스의 이번 앨범은 초기 U2나 뉴 오더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것 같은데요... 데뷔 초부터 매닉스 팬에게는 '4REAL사건'이 항상 따라다니지만, '좋은 것은 좋다'는 자세로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옛날과 변함없이 매닉스는 언제나 眞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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